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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집안 대청소를 하다가 오래된 서랍장을 정리하게 됐습니다.
손때 묻은 사진, 누렇게 바랜 영수증, 병원 진료카드,
그리고 뭔지도 모를 메모지 몇 장까지…
참으로 다양한 것들이 뒤섞여 있었죠.

그러다 한쪽 모서리에서 작은 손거울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분홍색 플라스틱 테두리에, 뒷면엔 조그맣게 ‘LOVE’라고 적힌,
누가 봐도 유치하다고 할 만한 디자인의 거울.
그런데 그걸 보는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그 거울은 20대 중반,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친구가 생일 선물로 사준 물건이었습니다.

“자신감 부족해 보일 때마다 이걸로 한 번 웃어봐.
넌 생각보다 잘하고 있으니까.”

그 말과 함께 받은 그 거울은
내 화장대 한구석에 오래오래 자리 잡고 있었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육아에 지치고, 사회에서 점점 멀어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화장도 잘 안 하게 되면서
그 거울도 점점 자리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서랍장 깊숙한 곳에서
잊힌 채 잠들어 있었던 겁니다.

그 거울을 들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거울 속의 제 얼굴을 봤습니다.
많이 달라진 얼굴.
피부는 늘어지고, 눈가엔 주름이 번졌고,
웃지 않아도 입꼬리에 남은 표정이
예전 같지 않더군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을 보는 동안
자꾸 20대의 나와 눈이 마주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모든 게 서툴고, 겁도 많고,
그렇지만 세상에 나가고 싶어 안달 나 있었던 그 시절의 나.

그 거울을 들고 다니며
지하철 안에서 몰래 화장을 고치고,
회사 회의실 앞에서 속눈썹을 한 번씩 정리하던
그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 시절엔 몰랐죠.
그때의 내가 얼마나 반짝였는지.
지금 와서야 보입니다.

그 거울 하나를 통해
나는 나와 다시 마주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사람은 늘 뭔가를 잊습니다.
무엇을 위해 달렸는지도 잊고,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도 잊고,
때로는 나 자신까지도 놓치죠.

하지만 가끔,
그 모든 것을 조용히 끌어올려주는 작은 물건이 있습니다.

그건 누군가에겐 오래된 CD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손때 묻은 다이어리,
혹은 유치하게 느껴지는 인형 하나일 수도 있죠.

그런 물건을 마주하는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하고,
나는 잠시 그 시절의 내가 됩니다.

그때의 마음,
그때의 표정,
그때의 꿈들이
내 안에서 다시 숨을 쉽니다.

그 거울은 지금,
제 책상 위에 다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그 앞에 앉아
거울을 보며 말합니다.

“오늘도 잘 살아보자.
예전의 나도, 지금의 나도
충분히 괜찮아.”

혹시 여러분도
잊고 있던 물건 하나로
마음을 붙잡아본 적 있으신가요?

가끔은 말 대신,
그런 사소한 것이
우리를 다시 시작하게 만들기도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