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며칠 전, 라디오에서 한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가사도 멜로디도 낯설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강하게 다가온 건
그 노래가 내 마음 깊숙한 어딘가를 건드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노래는
스무 살 무렵,
나는 나대로 한껏 세상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었고,
무모하지만 뜨거운 꿈을 품고 있던 그 시절에
내가 늘 이어폰으로 들으며 걷던 곡이었습니다.

그때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누구나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내 마음을 다해 누군가에게 닿는 문장을 쓸 수 있는 그런 사람이요.

대학 노트 한켠엔 짧은 시구들이 빽빽했고,
지하철 안에선 메모앱을 열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묘사하곤 했죠.

밤을 새우며 글을 쓰는 일이 즐거웠고,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필요한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 꿈은 ‘현실’이라는 단어에 밀려
조용히 서랍장 안으로 밀려났습니다.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고,
매달 카드값과 월세, 실적에 쫓기면서
나는 내가 어떤 꿈을 꿨는지조차
가끔은 잊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수년이 흘렀습니다.

그 노래가 다시 흘러나오던 그날,
내 안에서 뭔가 잠자고 있던 것이 깨어나는 듯했습니다.
한동안 텅 빈 공책도 다시 펴보고 싶었고,
다시 누군가에게 다정한 문장을 써보고 싶었어요.

물론,
그 꿈을 다시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생활이 우선이고,
예전처럼 무작정 몰입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 꿈을 꿨던 나를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 켠이 따뜻해졌습니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가난했지만,
조금은 더 자유로웠고,
어딘가 향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죠.

지금 나는
조금은 안정되었지만,
때로는 너무 조용하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가끔
그 시절의 꿈을 떠올리는 건
지금의 나에게 방향을 묻는 일이기도 합니다.

비록 꿈을 다시 않더라도,
내가 한때 그런 꿈을 품었고
그걸 위해 애썼던 시간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조금 더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혹시 여러분도
오래전 품었던 꿈이 있으신가요?

지금은 바빠서 잊고 살고 있지만,
가끔 조용한 순간
문득 떠오르는 그 장면, 그 마음.

그게 비록 지금의 현실과는 멀어졌더라도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는 일은
지금의 나를 위로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되더라고요.

오늘 하루,
문득 떠오른 그 꿈 하나를
가만히 마음속에서 꺼내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의 나도
그때의 나와 이어져 있다는 걸 느낀다면
우리는 아직 충분히 괜찮은 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