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동안 안보기

모두의게시판

텃밭 가꾸며 알게 된 것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청량미
댓글 0건 조회 283회 작성일 25-05-20 17:00

본문

처음엔 그냥 뒷마당 한 켠에 흙이나 좀 고르고 심어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어차피 집에만 있기엔 시간이 너무 길고, 운동 삼아 몸을 움직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참 이상하죠. 씨앗을 한 줌 뿌리고 며칠 뒤 싹이 트는 걸 보니, 마음 한 켠이 뭉클해지더라고요.

예전엔 몰랐습니다. 상추 한 장, 고추 한 개에 이렇게 마음을 쏟게 될 줄은요. 아침마다 마당에 나가면 그날그날 조금씩 자라 있는 채소들을 보는 게 요즘 제 하루의 시작입니다. 누가 보면 별것 아닌 일상일 수 있지만, 살아 있는 생명을 내 손으로 키운다는 건 생각보다 더 깊은 울림이 있더라고요.

잡초 뽑고, 물 주고, 비 온 다음날 흙 냄새 맡는 그 시간이 아주 특별합니다. 물론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쑤시죠.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런 불편함조차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오히려 몸이 움직이니까 머릿속 걱정이 줄어들어요.

텃밭을 가꾸면서 바뀐 게 또 하나 있습니다. 식탁이 풍성해졌다는 것보다, 마음이 넉넉해졌다는 거죠. 누군가 찾아오면 직접 키운 상추 몇 장이라도 건네고 싶고, 이 고추는 참 맛있다며 권하고 싶어집니다. 작은 나눔이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이라는 걸, 텃밭을 시작하고 처음 알았습니다.

어제는 아내가 깻잎을 따다가 장아찌를 담갔습니다. 그 향이 집안 가득 퍼지는데, 왠지 모르게 어린 시절 어머니가 김치 담그던 기억까지 떠올라서 마음이 울컥하더군요.

젊었을 땐 바쁘다는 핑계로 꽃 한 송이 볼 틈도 없었는데, 이젠 제 손으로 꽃을 심고, 열매를 키우고, 그걸 바라보며 하루를 보냅니다.

사는 게 뭐 대단한가요. 하루 세 끼 챙기고, 흙에 손대고, 바람 맞으며 땀 좀 흘리다 보면 그게 또 삶이지요.

혹시 요즘 마음이 지치거나 무기력하다 느껴지신다면, 흙 한번 만져보세요. 씨앗 하나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건 의외로 참 많습니다. 기다리는 법, 포기하지 않는 법, 그리고 조용히 사랑하는 법까지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7건 1 페이지
모두의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열람중
청량미 05-20 284
청량미 284 05-20
16
청량미 05-16 303
청량미 303 05-16
15
청량미 05-16 336
청량미 336 05-16
14
청량미 05-16 479
청량미 479 05-16
13
청량미 05-16 246
청량미 246 05-16
12
청량미 05-16 314
청량미 314 05-16
11
청량미 05-16 326
청량미 326 05-16
10
청량미 05-16 335
청량미 335 05-16
9
청량미 05-16 263
청량미 263 05-16
8
청량미 05-16 247
청량미 247 05-16
7
상미니니 05-15 175
상미니니 175 05-15
6
상미니니 05-15 146
상미니니 146 05-15
5
베스트지키미 05-15 134
베스트지키미 134 05-15
4
상미니니 05-15 258
상미니니 258 05-15
3
상미니니 05-15 211
상미니니 211 05-15

검색

회원 로그인

포인트랭킹

1 청량미 510점
2 둘셋넷 204점
3 상미니니 145점
4 마구로 105점
5 칠곡맨 100점

검색랭킹

1 2025
2 2026
3 한국사2 new
4 다낭 1
5 믕악 1
6 참가비
7
8
9
10

접속자집계

오늘
92
어제
58
최대
180
전체
9,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