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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이에요. 저녁을 먹다가 큰소리로 말하는 남편과 아이들 대화에 제가 괜히 짜증이 나더라고요. 아무도 제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아서요. 가족이라면 누구보다 서로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요즘 들어 저는 점점 집 안에서 존재감이 사라지는 기분이에요.

예전엔 제가 중심이었어요. 삼시 세끼 밥을 차리고, 아이들 학원 시간 맞춰 운전하고, 남편 옷장 정리며 용돈 계산까지 전부 제 손을 거쳤죠. 그런 시간이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아이들은 각자 방에서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남편은 TV 앞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리모컨만 눌러요. 제가 “오늘 반찬 어땠어?”라고 물어봐도, “응 괜찮았어”라는 말 한마디가 끝이에요.

누군가는 말하더군요. 가족은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고. 그런데 전 그게 더 슬펐어요. 말하지 않으니, 정말 모르는 게 맞다고 느껴졌거든요. 저는 아픈 티도, 힘든 티도 내지 않았어요. 당연히 엄마니까, 아내니까, 웃고 있어야 한다고 믿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젠 지쳐요. 누군가 “엄마는 오늘 어땠어?” 한마디만 물어봐 줬으면 좋겠어요.

며칠 전엔 그런 생각도 했어요. 내가 갑자기 사라지면, 가족은 어떻게 반응할까? 밥상은 누가 차리고, 빨래는 누가 널까? 그런 현실적인 생각보다도, 과연 내 빈자리를 얼마나 느낄까 그게 더 궁금했어요.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꽤 많은 용기가 필요했어요. 제가 먼저 말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며칠 전, 아이들에게 조심스레 말했어요. “요즘은 엄마가 집에서 공기 같아진 기분이야.” 잠깐 정적이 흐르더니, 큰애가 그러더라고요. “엄마 그런 생각 하신 줄 몰랐어. 미안해.” 그 말 한마디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말을 하지 않으면 정말 몰라요. 저는 가족이니까, 다 알고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지만, 그건 제 착각이었어요. 감정은 표현하지 않으면 닿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작은 말부터 꺼내려고 해요. “오늘 나 피곤해.” “이 반찬, 만들기 어려웠어.” “내일은 나도 좀 쉬고 싶어.” 이런 말들을 조금씩 내뱉어 보는 중입니다. 물론 아직 어색하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어요.

여전히 가족은 제 삶의 가장 큰 이유입니다. 다만 이제는 그 안에서 저도 나를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도 몰라주는 희생 말고, 함께 나누는 마음으로.

혹시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가족 안에서 나를 잃어가는 기분, 한 번쯤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