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집에 살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낯선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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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벌써 33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큰 고비도 있었고, 별다른 탈 없이 지나온 평범한 날들도 있었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남편과 나눈 대화의 대부분이 ‘밥 먹었어?’, ‘애들 연락 왔대?’, ‘병원은 언제 가지?’처럼, 꼭 필요한 말들뿐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같은 방에서 자고, 같은 식탁에 앉고, 같은 집 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도… 그 사람의 마음속엔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게 된 지도 오래입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무엇이 그를 기쁘게 하고 무엇이 힘들게 하는지—전혀 모르겠어요. 더 이상 묻지도 않고, 그도 말하지 않으니까요.
예전엔 안 그랬습니다. 연애할 땐 제 손을 꼭 잡고, 날씨가 쌀쌀하다고 겉옷을 벗어주던 사람이었어요. 결혼 초엔 저녁에 퇴근하고 들어오면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누던 때도 있었고요. 제가 속상해하면 말없이 라면 하나 끓여주던 그 따뜻함이 아직도 기억에 선한데… 그 사람이 지금은 제 옆에 있으면서도 마치 먼 풍경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부부라는 이름의 마지막 모양일까요?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말이 줄어든 걸까요? 아니면 너무 익숙해져 버린 나머지,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조차 멈춘 걸까요.
며칠 전엔 남편이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초기라고 하더군요. 약을 처방받았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철렁했어요. 아, 이 사람도 언젠가 내 곁을 떠날 수도 있겠구나… 지금 이 침묵이 영원한 후회로 남기 전에, 뭔가 말을 꺼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밤, 정말 오랜만에 남편에게 말을 걸어봤어요. “요즘엔 무슨 생각해?” 아주 짧고 어색한 질문이었지만, 남편은 잠시 침묵하다가 그러더군요. “그냥…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 게 좀 무서워.” 그 말에 저도 눈물이 핑 돌았어요. 어쩌면 우리 둘 다 같은 마음이었던 거겠죠. 서로에게 익숙한 듯 하지만, 동시에 서로에게 너무 낯설어지고 있었던 그 시간을 둘 다 조용히 무서워하고 있었던 거예요.
지금은 조금씩 다시 말을 붙이려 해요. 아침에 날씨 이야기라도 하고, 저녁엔 하루 중 가장 좋았던 순간이 뭐였는지 물어보기도 합니다. 그가 대답을 길게 하진 않아도, 그 눈빛에서 조금씩 예전의 그 사람이 돌아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사랑이란 게 거창한 게 아니라는 걸 이제야 조금 알겠어요. 가끔은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고, 말 한마디 없이도 나를 이해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때로는 먼저 말을 건네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혹시 여러분도 오래된 관계 안에서 침묵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서툴러도 괜찮으니, 오늘 하루는 그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어보세요.
“요즘 마음이 어때?”라는 짧은 질문 하나가, 다시 이어지는 시작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같은 방에서 자고, 같은 식탁에 앉고, 같은 집 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도… 그 사람의 마음속엔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게 된 지도 오래입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무엇이 그를 기쁘게 하고 무엇이 힘들게 하는지—전혀 모르겠어요. 더 이상 묻지도 않고, 그도 말하지 않으니까요.
예전엔 안 그랬습니다. 연애할 땐 제 손을 꼭 잡고, 날씨가 쌀쌀하다고 겉옷을 벗어주던 사람이었어요. 결혼 초엔 저녁에 퇴근하고 들어오면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누던 때도 있었고요. 제가 속상해하면 말없이 라면 하나 끓여주던 그 따뜻함이 아직도 기억에 선한데… 그 사람이 지금은 제 옆에 있으면서도 마치 먼 풍경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부부라는 이름의 마지막 모양일까요?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말이 줄어든 걸까요? 아니면 너무 익숙해져 버린 나머지,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조차 멈춘 걸까요.
며칠 전엔 남편이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초기라고 하더군요. 약을 처방받았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철렁했어요. 아, 이 사람도 언젠가 내 곁을 떠날 수도 있겠구나… 지금 이 침묵이 영원한 후회로 남기 전에, 뭔가 말을 꺼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밤, 정말 오랜만에 남편에게 말을 걸어봤어요. “요즘엔 무슨 생각해?” 아주 짧고 어색한 질문이었지만, 남편은 잠시 침묵하다가 그러더군요. “그냥…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 게 좀 무서워.” 그 말에 저도 눈물이 핑 돌았어요. 어쩌면 우리 둘 다 같은 마음이었던 거겠죠. 서로에게 익숙한 듯 하지만, 동시에 서로에게 너무 낯설어지고 있었던 그 시간을 둘 다 조용히 무서워하고 있었던 거예요.
지금은 조금씩 다시 말을 붙이려 해요. 아침에 날씨 이야기라도 하고, 저녁엔 하루 중 가장 좋았던 순간이 뭐였는지 물어보기도 합니다. 그가 대답을 길게 하진 않아도, 그 눈빛에서 조금씩 예전의 그 사람이 돌아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사랑이란 게 거창한 게 아니라는 걸 이제야 조금 알겠어요. 가끔은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고, 말 한마디 없이도 나를 이해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때로는 먼저 말을 건네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혹시 여러분도 오래된 관계 안에서 침묵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서툴러도 괜찮으니, 오늘 하루는 그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어보세요.
“요즘 마음이 어때?”라는 짧은 질문 하나가, 다시 이어지는 시작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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