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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를 이해하려는 마음, 그건 결국 나 자신을 이해하는 길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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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청량미
댓글 0건 조회 283회 작성일 25-05-1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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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땐 참 이상했어요. 누군가가 나를 "어머님"이라고 부른다는 것도 어색했고, 나는 이제 시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불려야 한다는 것도 낯설었죠.
처음엔 예쁘고 싹싹한 아가씨가 들어와 우리 집 식구가 된다는 설렘이 있었어요. 아들이 잘 만난 것 같아 기뻤고, 서로 정 들이고 챙겨주며 지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대는 자꾸만 엇나가기 시작했어요.
며느리는 생각보다 조심스러웠고, 가까워지기보다는 오히려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엔 "요즘 아이들이 좀 그렇지" 하고 이해하려 했지만, 명절 때도 연락 한 번 없이 여행을 간다거나, 가족 단톡방에도 말 없이 읽기만 한다거나… 그런 모습들을 보면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김장철이 다가오길래 며느리에게 "혹시 올해도 김장 도와줄 수 있을까?" 하고 물었죠. 그런데 며느리는 "어머니, 이번엔 저희 집 김장은 시댁과 따로 하고 싶어요. 아이도 있어서 움직이기 어렵고요"라고 말하더군요.
물론 이해는 해요. 아기도 어리고, 집도 멀고, 여러 사정이 있겠죠. 그런데 마음은 왜 그렇게 아팠을까요. “싫어요”라는 말보다 훨씬 부드러운 말이었지만, 그 속에서 저는 "이젠 당신 집일을 내가 꼭 도와야 하나요?"라는 메시지를 읽은 것 같았어요.

그날 이후, 며칠 동안 마음이 참 복잡했습니다.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란 걸까?’
‘나도 시어머니한테 그랬던 적이 있었나?’
‘내가 며느리를 정말 가족처럼 대해주고 있었나?’

그렇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군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나도, 누군가에게는 멀게 느껴지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며느리를 이해하는 일이란, 결국 나를 돌아보는 일이더라고요.
서운함도, 오해도, 때론 말 한 마디로 해결될 수 있는 걸…
서로 너무 조심하느라 꺼내지 못하고 속으로만 삼키는 사이, 마음의 거리는 자꾸 멀어졌던 거죠.

그 이후로는 며느리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을 조금 바꿔봤어요.
“이번에 김장 안 도와도 괜찮아, 네가 편한 게 우선이야.”
“아이 잘 크고 있지? 무리하지 마.”
이런 말들을 하게 되면서, 오히려 며느리가 먼저 전화도 하고, 김치 한 포기를 가져다주기도 하더군요.
사람 마음이란 게, 억지로 끌어당긴다고 가까워지는 게 아니란 걸 이제야 조금 알게 됐습니다.

가끔은 여전히 마음이 헷갈릴 때도 있어요.
이게 서운한 건지, 내가 서툰 건지, 아니면 그저 세대 차이인 건지.
하지만 그럴 때마다 생각합니다.
‘나도 처음엔 누군가의 며느리였고, 누군가의 딸이었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요즘은, 며느리를 내 편으로 만드는 것보다
그저 편안한 사람이 되어주자는 마음을 더 다짐하게 됩니다.

혹시 여러분도 며느리와의 관계에서 고민해본 적 있으신가요?
서운함과 이해 사이에서 오락가락할 때, 어떤 마음으로 풀어가셨는지…
이런 이야기들, 함께 나눠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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