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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전화번호부에 적힌 이름만 해도 빽빽했습니다. 교회 친구, 학부모 모임 친구, 옆집 이웃, 조기축구회 사람들까지… 누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도 이름을 듣고 금세 떠올릴 수 있었죠.
“어이, 점심이나 먹자!”
“이번 주말에 등산 어때?”
그렇게 별 계획 없이도 만남이 이어지고, 대화가 술술 풀렸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명단이 점점 줄어드는 걸 느낍니다.
어느 날은 아침에 휴대폰을 열어도 연락할 사람이 딱히 없더군요.
가만히 보면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며칠이고, 몇 주고… 조용한 시간이 이어지기도 해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인연을 흘려보냈던 걸까요.

사람들이 먼저 떠나기도 했고, 나도 마음을 닫았던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밤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친구는 이사를 갔고,
가끔 만나던 지인은 어느 날부턴가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건 낯선 침묵뿐이더군요.

문득, 친구 하나 잃을 때마다 내 삶의 어떤 페이지가 접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같이 웃던 기억, 같이 울던 기억, 서로 손 잡고 다독였던 날들…
그 모든 것들이 멀어지며, 내 삶도 점점 조용해진다는 느낌이었어요.

예전에는 외로움이란 단어가 참 낯설었어요.
바쁘게 살다 보면 느낄 틈도 없었고, 사람 사이에 끼어 있으면 어찌됐든 웃고 떠들 일이 생겼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조용한 집안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 침묵이 내 마음을 조용히 파고들어, 문득 문득 외롭다는 감정이 고개를 듭니다.

어느 날은 마트에 갔다가 오래된 친구를 마주쳤습니다.
서로 인사하고, 어색하게 웃었지만… 대화는 몇 마디를 넘기지 못했어요.
예전엔 그렇게 할 말이 많았던 사람인데, 지금은 그 사이에 뭐가 놓여 있는 건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사람이 떠나서 외로운 게 아니라,
그 사람과 나눴던 기억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아서 외로운 거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애써 누군가를 잡기보다는,
나 자신과 친구가 되려 해요.
혼자 걷는 산책길에서도, 조용한 저녁 식탁에서도,
“그래, 오늘도 잘 버텼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친구가 그리운 날이 있습니다.
문득 누군가와 함께 국밥 한 그릇 나누며
아무 걱정 없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날이 있어요.

그럴 땐 이곳, 이런 게시판에서 글을 남겨봅니다.
누구라도 한 줄 댓글을 남겨준다면,
그게 오늘 하루의 위로가 되기도 하니까요.

혹시 여러분도 요즘, 친구라는 단어가 그립지는 않으신가요?
함께 웃을 수 있는 얼굴이 점점 줄어드는 기분,
그 아득한 감정에 공감하신다면,
우리 이 자리에서라도 서로 손 내밀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