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하루가 너무 길게 느껴질 때, 나는 내 안의 공허함과 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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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오는 소리가 이제는 들리지 않습니다.
출근 준비하느라 분주한 아침도 없고, ‘오늘은 어디 가세요?’라는 아내의 인사도 없어졌죠.
사실 없어진 게 아니라, 내가 그 말을 들을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정확히 3년 전, 정년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서 ‘졸업’한 날부터요.
그때까지만 해도 마냥 후련할 줄 알았습니다.
늘 누군가의 눈치를 봐야 했고, 책임감과 압박감 속에서 한 해, 또 한 해를 버텼으니까요.
"이제 좀 쉬자."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출근 가방을 치우고, 옷걸이 위에 정장을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다음 날부터가 문제였습니다.
알람이 울리지 않는 아침, 텅 빈 거실,
식탁 위엔 어제 저녁 남은 반찬들.
커피포트를 올려놓고 나도 모르게 벽시계를 바라봅니다.
9시…
예전 같았으면 회의에 들어갈 시간이죠.
이제는 아무도 나를 기다리지 않고,
내가 들어설 회의실도 없습니다.
하루는 어찌저찌 보내도,
문제는 그 하루가 매일 똑같이 반복된다는 겁니다.
TV를 보다가, 인터넷을 하다가, 소파에서 깜빡 잠들었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면 저녁이고, 방 안은 어둡고,
시간은 흐르는데 나는 가만히 멈춰 있는 느낌이 듭니다.
이런 저를 보며 아내는 말하더군요.
“당신은 은퇴했지, 끝난 게 아니야.”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끝난 건 일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가’라는 감각이었습니다.
직장이 내 자존감의 전부였다는 걸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 부장님", "○○ 이사님"이라 불리며 살아온 시간 동안
나는 내 이름 석 자로 존재해본 적이 없었던 거죠.
그렇다고 이대로 있을 순 없겠다 싶어
조심스럽게 동네 도서관 자원봉사를 시작해봤습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조용히 책 정리하는 일도 좋고,
가끔 아이들 책 찾아주는 일도 뿌듯했습니다.
누군가 내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주는 그 한마디에
하루가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나를 다시 만나는 시작이라는 말,
지금은 그 말이 조금 이해됩니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면 작은 다이어리에
그날 하고 싶은 일을 한 줄씩 씁니다.
‘책 30쪽 읽기’, ‘집 앞 공원 걷기’, ‘김밥 한 줄 싸기’
작은 목표지만, 그걸 해냈을 때의 만족감은 생각보다 큽니다.
그리고 그 목표 중 하나가 이 글을 써보는 것이었어요.
혹시 저처럼 은퇴 후 하루가 길고,
시간의 공허함에 마음이 무너지는 분이 계신다면,
우리 함께 그 시간을 조금씩 채워나가 보면 어떨까요?
일을 떠나서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
자신에게 인정받는 삶을 살아가는 법—
우리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출근 준비하느라 분주한 아침도 없고, ‘오늘은 어디 가세요?’라는 아내의 인사도 없어졌죠.
사실 없어진 게 아니라, 내가 그 말을 들을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정확히 3년 전, 정년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서 ‘졸업’한 날부터요.
그때까지만 해도 마냥 후련할 줄 알았습니다.
늘 누군가의 눈치를 봐야 했고, 책임감과 압박감 속에서 한 해, 또 한 해를 버텼으니까요.
"이제 좀 쉬자."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출근 가방을 치우고, 옷걸이 위에 정장을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다음 날부터가 문제였습니다.
알람이 울리지 않는 아침, 텅 빈 거실,
식탁 위엔 어제 저녁 남은 반찬들.
커피포트를 올려놓고 나도 모르게 벽시계를 바라봅니다.
9시…
예전 같았으면 회의에 들어갈 시간이죠.
이제는 아무도 나를 기다리지 않고,
내가 들어설 회의실도 없습니다.
하루는 어찌저찌 보내도,
문제는 그 하루가 매일 똑같이 반복된다는 겁니다.
TV를 보다가, 인터넷을 하다가, 소파에서 깜빡 잠들었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면 저녁이고, 방 안은 어둡고,
시간은 흐르는데 나는 가만히 멈춰 있는 느낌이 듭니다.
이런 저를 보며 아내는 말하더군요.
“당신은 은퇴했지, 끝난 게 아니야.”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끝난 건 일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가’라는 감각이었습니다.
직장이 내 자존감의 전부였다는 걸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 부장님", "○○ 이사님"이라 불리며 살아온 시간 동안
나는 내 이름 석 자로 존재해본 적이 없었던 거죠.
그렇다고 이대로 있을 순 없겠다 싶어
조심스럽게 동네 도서관 자원봉사를 시작해봤습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조용히 책 정리하는 일도 좋고,
가끔 아이들 책 찾아주는 일도 뿌듯했습니다.
누군가 내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주는 그 한마디에
하루가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나를 다시 만나는 시작이라는 말,
지금은 그 말이 조금 이해됩니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면 작은 다이어리에
그날 하고 싶은 일을 한 줄씩 씁니다.
‘책 30쪽 읽기’, ‘집 앞 공원 걷기’, ‘김밥 한 줄 싸기’
작은 목표지만, 그걸 해냈을 때의 만족감은 생각보다 큽니다.
그리고 그 목표 중 하나가 이 글을 써보는 것이었어요.
혹시 저처럼 은퇴 후 하루가 길고,
시간의 공허함에 마음이 무너지는 분이 계신다면,
우리 함께 그 시간을 조금씩 채워나가 보면 어떨까요?
일을 떠나서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
자신에게 인정받는 삶을 살아가는 법—
우리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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