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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와 함께한 짧은 하루, 그 안에 내 지난 인생이 들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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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청량미
댓글 0건 조회 350회 작성일 25-05-1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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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딸이 외출을 한다며 손주를 하루 맡아달라고 했습니다.
사실 손주를 자주 보지 못합니다.
멀리 살기도 하고, 딸도 바쁘고, 저도 몸이 부쩍 예전 같지 않아서
서로 조심하느라 자주 오가지 못했죠.
그런데 이번에는 딸이 갑작스럽게 외출 일정이 생겼다며
“엄마, 반나절만 부탁해요” 하고 아이를 데려다놓고 갔습니다.

그렇게 손주와 단둘이 보낸 하루.
생각보다 훨씬 벅차고, 생각보다 훨씬 따뜻했습니다.

처음엔 낯설어했습니다.
장난감을 꺼내도 반응이 없고,
제가 말을 걸면 ‘엄마 아니잖아’라는 눈빛을 보내더군요.
섭섭했습니다. 피가 이어진 사이라 해도
사랑은 시간을 먹고 자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 제가 조용히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손주가 제 옆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작은 손으로 제 팔을 톡톡 치더군요.
“할머니, 이거 뭐야?”
그 한마디에 마음이 녹아내렸습니다.

그 이후로는 참 빠르게 가까워졌습니다.
같이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과자 하나씩 나눠 먹고,
종이접기를 하며 깔깔 웃기도 했습니다.
그 웃음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오래된 창고 속 문 하나를 열고 들어가는 기분이었어요.

그 문 안엔 한참 어린 내 아이들이 있었고,
매일 아침 등원시키며 울던 막내도 있었고,
아프다며 배를 움켜쥐던 둘째도 있었고,
밥 안 먹겠다며 떼를 쓰던 큰아이도 있었습니다.

손주의 웃음 속에
나는 다시 엄마였고,
다시 한 여성이었고,
누군가의 세상이던 사람이었습니다.

하루가 금방 갔습니다.
딸이 데리러 왔을 때, 손주는 저에게 안기며
“할머니 또 놀러 와”라고 했습니다.
그 말에 울컥했지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죠.
그날 밤, 오랜만에 일기를 썼습니다.
‘오늘 나는 다시 살아났다’고.

손주는 제게 말없이 가르쳐줬습니다.
사람은 언제든 다시 따뜻해질 수 있고,
마음은 늘 새로운 관계를 만들 준비가 되어 있다고요.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 영상통화라도 하려고 합니다.
손주가 전화기에 대고 “할머니~” 하고 부르면,
그날은 혼자 있어도 왠지 기운이 납니다.

혹시 여러분도 손주와의 관계가 어색하게 느껴지시나요?
나이 들면, 세대 차이를 핑계로 마음을 덜 내놓게 되잖아요.
하지만 작은 틈만 내주면, 그 사이로
깊고 따뜻한 정이 흘러들어옵니다.

오늘 하루, 손주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할머니가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
그 아이의 세상도, 내 마음도 환해질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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