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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조용히 살아왔지만, 나도 사실은 할 말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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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청량미
댓글 0건 조회 289회 작성일 25-05-1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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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조용하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어머님은 늘 조용하시네요.”
“말씀을 거의 안 하시네요.”
“진짜 속을 모르겠어요.”
그 말이 칭찬인지, 서운함인지, 불편함인지… 늘 애매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저는 마음속으로만 중얼거렸습니다.
“나도 할 말은 많아요. 다만 그걸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라서 그랬을 뿐이에요.”

젊었을 땐 참 바쁘게 살았습니다.
시댁 눈치 보랴, 아이들 키우랴, 남편 챙기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달렸죠.
속상한 일이 있어도 꾹꾹 눌렀고, 억울한 일이 있어도 그냥 삼켰습니다.
“내가 참으면 편하겠지.”
그게 제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말이 없다는 건, 말이 없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누구에게 기댈 수 없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는 환경에서
사람은 결국 조용해집니다.

남편과 말수가 줄어든 것도 그 때문이었어요.
제가 말을 하면 꼭 덧붙이더군요.
“그걸 왜 이제 말해?”
“괜히 예민하게 구네.”
그 말을 듣고 나면 입을 닫게 됩니다.
언제부터인가 저는 제 감정에 자물쇠를 채웠고,
그 자물쇠를 여는 열쇠는 저 자신도 잃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나이 들수록 마음이 약해집니다.
말 못했던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올 때가 있어요.
누군가 지나가듯 던진 말에,
뉴스에 나온 사연 하나에,
눈물이 터질 만큼 마음이 휘청이는 순간들.
그건 결국, 오랫동안 눌러온 감정들이
“이제 좀 꺼내달라”고 속삭이는 신호 같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조심스럽게 연습 중입니다.
‘말하는 나’를 다시 꺼내보는 일.
혼잣말로 시작했다가, 일기처럼 써보기도 하고,
가끔은 딸에게 살짝 마음을 내비치기도 합니다.
처음엔 서툴지만, 그래도 하고 나면 후련합니다.

며칠 전엔 남편에게도 말해봤습니다.
“나, 사실 요즘 많이 허전해.”
그 말에 남편은 잠시 멈칫하더니
“왜 말 안 했어…” 하더군요.
이제라도 꺼냈으니 다행이라며,
우리 둘이 조금씩 이야기해보자고 말했습니다.

그 말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속으로만 곱던 문장들을 이제는 밖으로 꺼내보려 합니다.
조용히 살아온 날들이 나쁘진 않았지만,
이제는 말하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도
“나도 말은 많은데…” 하고 속으로만 삼키셨던 분 계신가요?
그 마음, 저는 너무 잘 압니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 내 안에 있는 말들,
누군가 들어주지 않아도,
내가 내 마음을 듣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걸
저는 이제야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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