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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말수가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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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청량미
댓글 0건 조회 593회 작성일 25-05-2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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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말이 참 많았어요. 친구들하고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 떨었고, 가족들 앞에서도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빠짐없이 이야기했죠. 근데 요즘은 이상하리만큼 말이 줄었습니다. 꼭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닌데, 말이 안 나와요.

혼잣말은 여전합니다. "아이고 또 깜빡했네", "이걸 왜 여기에 뒀을까", "아휴 손이 말을 안 듣네" 같은 소리들을 중얼중얼 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TV를 켜놔도 그저 배경음처럼 흘러가고, 전화벨이 울려도 한참을 망설이다가 받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먼저 연락했을 사람들에게도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고요. 잘 지내는지 궁금하면서도, 괜히 내가 귀찮게 하는 건 아닐까 싶은 마음이 앞섭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이 때문인 것도 같고, 세상 돌아가는 속도를 따라가기 버거운 탓도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엔 신문 한 장이면 하루 정보가 충분했는데, 요즘은 뭘 봐도 낯설고 복잡합니다. 뉴스 속 세상도, 동네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아서 괜히 조용히 있는 게 편해졌어요.

그렇다고 외롭지 않다 하면 거짓말이죠. 말수가 줄었다는 건, 그만큼 들으려는 사람도 줄었다는 의미 같아서 가끔은 마음이 휑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동네를 더 자주 걷습니다. 누구라도 마주치면 인사라도 나눌까 싶어서요.

아파트 앞마당 벤치에 앉아 있으면 저보다 연세 많으신 분들이 먼저 말도 걸어주시고, 지나가는 아이들도 인사하곤 합니다. 그런 순간이 반갑고, 감사하더라고요.

사람이 사람을 만나야 산다는 말, 예전엔 별 감흥 없이 들었는데 요즘은 뼈에 사무치게 느껴집니다. 말 한 마디, 눈 맞춤 한 번이 하루를 얼마나 환하게 밝혀주는지 이제야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말수가 줄었다고, 마음까지 닫을 필요는 없다는 걸요. 오늘은 제가 먼저 전화도 한 통 걸어볼 생각입니다. 괜히 목소리 듣고 싶었다는 말 한마디가, 어쩌면 그 사람도 기다리던 말일지 모르니까요.

살아 있는 동안,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말이 있다면 아끼지 말아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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