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트 보다 재래시장에 가게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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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도 예전에는 전형적인 대형마트 소비자였다. 집 근처 이마트, 홈플러스, 혹은 SSM(소형마트)에 가면 일주일 치 식재료를 정리해서 사곤 했다. 정리된 진열, 조용한 음악, 깨끗한 바닥. 그런 곳이 ‘현대적이고 효율적인 쇼핑’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동네 재래시장으로 발길이 자주 간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몇 달 전, 마트에서 5만 원어치 장 봤는데 손에 든 건 몇 봉지도 안 되고, 카드값 문자에 기겁했을 때부터였다. 그날은 방울토마토 한 팩, 달걀 한 판, 두부, 대파, 사과 몇 개, 그 정도밖에 안 샀는데 금세 5만 원을 넘겼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예전엔 이 정도면 꽤 많은 장을 본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왜 이렇게 물건이 없어 보일까? 물가 상승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엔 너무 급격한 변화였고, 현실적으로 체감되는 건 ‘어떤 물건이든 단위 가격은 거의 두 배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우연히 시간이 나서 동네 전통시장에 갔다. 오래된 구획이라 주차는 불편하고, 길도 좁고, 사람도 많고 시끄럽다. 처음엔 “불편하다, 안 오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그날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을 계산하면서 깜짝 놀랐다.
같은 5만 원. 하지만 사과가 두 배, 대파는 묶음으로, 달걀도 크고 신선했고, 두부는 아직 따뜻했다. 무엇보다, 상인 아저씨가 “이거 서비스야~” 하며 오이 한 개를 더 얹어주셨다. 그 한 마디가 왜 그렇게 따뜻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물론 전통시장이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위생적인 측면이나 카드 사용 불가 점포, 현금 유도, 주차의 불편함 같은 건 분명 단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날 이후로 나는 자꾸만 시장을 찾게 된다. 정이 남아 있어서일까?
그렇다. ‘정’이다. 사실 시장의 본질은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사람 냄새다. “이거 괜찮아, 오늘 아침에 들어온 거야”라는 말, “지난번에 사갔던 거 어땠어요?”라는 질문, “많이 드려요?”라는 농담 같은 게, 요즘처럼 각박하고 건조한 삶에서 얼마나 귀한 대화인가 싶다.
또 하나. 시장은 어딘가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대형마트에선 시간에 쫓기듯 소비하고 계산하고 나간다. 하지만 시장은 구경도 하고, 다른 상인과 비교도 해보고, 흥정도 하며 여유가 생긴다. 어떤 날은 그냥 시장 한 바퀴 돌고 오면 기분이 풀리는 날도 있다.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나도 몰랐다. 전통시장이라는 공간은 단지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관계를 파는 곳이라는 걸. 나를 기억해주는 가게가 있고, 내 입맛을 알아주는 상인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만족감을 준다.
더구나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는, 시장이야말로 서민이 살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어막 같다. 마트에서는 소고기 300g에 1만5천원인데, 시장에서는 600g에 1만2천원이다. 물론 부위나 품질이 다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먹고살기 위한 선택지라는 점에서 시장은 아직도 유효한 해답이다.
내 친구들은 아직도 마트만 간다. “귀찮잖아”라는 이유가 제일 많다. 인정한다. 시장은 마트보다 덜 정돈되어 있고, 때로는 가격표가 없어 당황스럽고, 사람 냄새가 진해서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조차도 이제는 ‘살아있는 소비’처럼 느껴진다.
최근 뉴스에서 전통시장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을 봤다. 젊은 세대가 찾지 않아서, 상권이 노후화되어서, 디지털에 적응 못 해서. 이해는 간다. 하지만 동시에 아쉽다. 이런 좋은 공간을 젊은 세대가 모르고 지나친다는 게.
오늘도 나는 시장에서 장을 봤다. 두부 두 모, 상추 한 봉지, 애호박 두 개, 생선 한 마리, 깻잎 한 다발. 그리고 상인 아주머니가 마지막에 말한다. “총 9천 원인데 그냥 8천 원만 주세요.”
나는 웃으며 지갑을 꺼낸다. 이게 진짜 사람 사는 거다.
하지만 요즘은 동네 재래시장으로 발길이 자주 간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몇 달 전, 마트에서 5만 원어치 장 봤는데 손에 든 건 몇 봉지도 안 되고, 카드값 문자에 기겁했을 때부터였다. 그날은 방울토마토 한 팩, 달걀 한 판, 두부, 대파, 사과 몇 개, 그 정도밖에 안 샀는데 금세 5만 원을 넘겼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예전엔 이 정도면 꽤 많은 장을 본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왜 이렇게 물건이 없어 보일까? 물가 상승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엔 너무 급격한 변화였고, 현실적으로 체감되는 건 ‘어떤 물건이든 단위 가격은 거의 두 배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우연히 시간이 나서 동네 전통시장에 갔다. 오래된 구획이라 주차는 불편하고, 길도 좁고, 사람도 많고 시끄럽다. 처음엔 “불편하다, 안 오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그날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을 계산하면서 깜짝 놀랐다.
같은 5만 원. 하지만 사과가 두 배, 대파는 묶음으로, 달걀도 크고 신선했고, 두부는 아직 따뜻했다. 무엇보다, 상인 아저씨가 “이거 서비스야~” 하며 오이 한 개를 더 얹어주셨다. 그 한 마디가 왜 그렇게 따뜻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물론 전통시장이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위생적인 측면이나 카드 사용 불가 점포, 현금 유도, 주차의 불편함 같은 건 분명 단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날 이후로 나는 자꾸만 시장을 찾게 된다. 정이 남아 있어서일까?
그렇다. ‘정’이다. 사실 시장의 본질은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사람 냄새다. “이거 괜찮아, 오늘 아침에 들어온 거야”라는 말, “지난번에 사갔던 거 어땠어요?”라는 질문, “많이 드려요?”라는 농담 같은 게, 요즘처럼 각박하고 건조한 삶에서 얼마나 귀한 대화인가 싶다.
또 하나. 시장은 어딘가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대형마트에선 시간에 쫓기듯 소비하고 계산하고 나간다. 하지만 시장은 구경도 하고, 다른 상인과 비교도 해보고, 흥정도 하며 여유가 생긴다. 어떤 날은 그냥 시장 한 바퀴 돌고 오면 기분이 풀리는 날도 있다.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나도 몰랐다. 전통시장이라는 공간은 단지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관계를 파는 곳이라는 걸. 나를 기억해주는 가게가 있고, 내 입맛을 알아주는 상인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만족감을 준다.
더구나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는, 시장이야말로 서민이 살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어막 같다. 마트에서는 소고기 300g에 1만5천원인데, 시장에서는 600g에 1만2천원이다. 물론 부위나 품질이 다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먹고살기 위한 선택지라는 점에서 시장은 아직도 유효한 해답이다.
내 친구들은 아직도 마트만 간다. “귀찮잖아”라는 이유가 제일 많다. 인정한다. 시장은 마트보다 덜 정돈되어 있고, 때로는 가격표가 없어 당황스럽고, 사람 냄새가 진해서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조차도 이제는 ‘살아있는 소비’처럼 느껴진다.
최근 뉴스에서 전통시장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을 봤다. 젊은 세대가 찾지 않아서, 상권이 노후화되어서, 디지털에 적응 못 해서. 이해는 간다. 하지만 동시에 아쉽다. 이런 좋은 공간을 젊은 세대가 모르고 지나친다는 게.
오늘도 나는 시장에서 장을 봤다. 두부 두 모, 상추 한 봉지, 애호박 두 개, 생선 한 마리, 깻잎 한 다발. 그리고 상인 아주머니가 마지막에 말한다. “총 9천 원인데 그냥 8천 원만 주세요.”
나는 웃으며 지갑을 꺼낸다. 이게 진짜 사람 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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