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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줄어드는건 당연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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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청량미
댓글 0건 조회 57회 작성일 25-05-1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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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중반을 넘어가면서 예전만큼 친구들을 자주 만나지 않게 됐다. 누군가와 약속을 잡는 일이 예전처럼 간단하지 않다. 누구는 주말엔 애 봐야 해서 안 되고, 누구는 평일에 야근이 많아서 미뤄지고, 또 어떤 친구는 "요즘 너무 정신 없다"며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면 자연스레 카톡 목록은 점점 조용해지고, ‘안읽는것’이 기본이 되고,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1년 넘게 안 보는 친구도 생긴다.

20대 때까지만 해도 술 한 잔 마시자는 말 한마디면 저녁이 꽉 찼고, 아무 계획 없이도 한강 가서 돗자리 펴고 앉아 밤새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근데 지금은 약속을 잡으려면 일정을 미리 조율해야 하고, 그마저도 갑자기 생긴 집안일이나 야근으로 취소되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

요즘은 혼밥도 익숙하고, 혼영도 자연스럽다. 예전 같으면 ‘혼자 밥 먹는 거 민망해’ 했을 텐데, 지금은 오히려 ‘혼자가 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문제는 편안함과 고독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거다. 혼자가 익숙해졌지만, 가끔 너무 조용한 주말이 오면 이게 정말 괜찮은 건가 싶을 때가 있다.

특히 생일이나 연말 같이 ‘기념성 짙은’ 날에는 그 공허함이 더 깊어진다. 예전엔 누군가가 “생일 축하해!” 하고 전화나 문자라도 줬는데, 이제는 카톡 메시지 한두 개가 전부다. 그리고 그 메시지도 단체 톡방에 단체로 올라오니, 진심이 담겨 있더라도 어쩐지 형식처럼 느껴진다.

왜 이렇게 됐을까? 가끔은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아서일까? 내가 너무 피곤하다는 핑계로 관계를 소홀히 한 걸까? 그런데 생각해 보면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예전보다 일이 많고,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 책임져야 할 가족도 생기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

그래서 그런가, 이제는 ‘마음만은 늘 함께야’라는 말이 어딘가 공허하게 느껴진다. 물론 진심일 수 있지만, 현실은 함께하지 않으니까. 마음만으론 외롭지 않기가 어렵다.

몇 달 전, 정말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둘 다 결혼 안 한 상태였고, 회사도 비슷한 업종이라 공통점이 많았다. 맥주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는데, “요즘 너무 외롭다”는 말이 서로 입에서 동시에 나왔다. 순간 묘한 공감이 느껴졌고, 그 대화 덕분에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다.

그 이후로 우린 한 달에 한 번은 무조건 만나자고 약속했다. 맛집도 같이 가고, 책도 같이 읽고, 영화도 같이 보자고. 그리고 그 약속은 아직까지도 잘 지켜지고 있다. 처음엔 귀찮았지만, 막상 만나면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사람 관계는 원래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예전에는 쉽게 얻었지만, 지금은 시간을 들여야 하고, 의도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려고 해야만 한다. 그게 피곤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게 진짜 어른의 관계가 아닐까.

그래서 요즘은 한 명, 두 명만이라도 제대로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무작정 많은 사람과 얽히기보다는, 적지만 진짜 속 깊은 친구 한 명이 더 소중하다.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위로가 되고, 진심으로 기뻐해줄 수 있는 그런 존재.

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왜 이렇게 외로울까?” 하고 고민하고 있다면, 먼저 연락해보길 권하고 싶다. 오래된 친구, 조금은 어색해진 친구, 혹은 최근 알게 된 사람이라도. 의외로 그들도 같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친구는 멀어지기 쉬워도, 다시 가까워지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단지 그 시작이 조금 부끄럽고 어색할 뿐. 한 마디 “잘 지내?”로도 충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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