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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손님이 갑이 아니라 을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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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청량미
댓글 0건 조회 68회 작성일 25-05-1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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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년부터 동네에 조용한 카페 하나를 단골처럼 드나들고 있다. 주인 아저씨가 친절하진 않지만 묘하게 성실하고, 커피도 나름 고소한 향이 있어서 일주일에 세 번은 들른다. 문제는 바로 어제 벌어진 작은 일이다. 그게 생각보다 찝찝해서 지금까지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어제도 평소처럼 들어가서 아메리카노 하나 주문하고 노트북 꺼내서 작업하고 있었다. 갑자기 주방 쪽에서 다그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미리 얘기를 하셔야죠!" 어리둥절한 나는 순간 나한테 하는 말인가 싶어서 고개를 돌렸는데, 아니다. 한 손님이 "얼음을 빼달라"는 요청을 주문하고 나서 추가로 다시 말했는데, 그걸 늦게 알아들은 주인 측에서 언성을 높이고 있었던 거다.

그 광경이 꽤 불편했다. 손님은 끝까지 낮은 자세로 “죄송합니다, 미처 생각 못했어요”라고 사과했고, 사장님은 커피를 내던지듯 밀어주며 “다음부터 미리 말씀하셔야죠” 하고 돌아섰다.

그날 이후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요즘 세상에서 '손님이 왕'이란 개념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오히려 사장님이 갑이고, 손님이 을처럼 느껴지는 공간이 많아졌다. 물론 진상 손님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도 맞지만, 기본적인 응대나 인간적인 존중조차 점점 줄어드는 듯한 이 분위기는 누구에게도 유쾌하지 않다.

내가 지금까지 이 카페를 좋아했던 이유는 조용하고, 내가 필요로 할 때 자리를 내어주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제처럼 타인에게 가해지는 무례를 목격하면, 그 공간 자체가 불편해진다. 누군가는 “너무 예민하다”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타인의 무례함을 묵인하면 그건 곧 나의 일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엔 가게 후기에 사장님 성격을 먼저 검색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리뷰에 “사장님이 무뚝뚝해요”라는 말은 이미 무난한 수준이고, “불친절합니다”라는 평이 있는 가게는 그냥 피하게 된다. 돈을 쓰는 소비자 입장에서 서비스를 기대하는 게 욕심이 되어버린 느낌.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도 직장인이고, 어쩔 수 없이 점심 시간에 식당을 고를 때 ‘사장님이 괜찮은가?’부터 따진다. 음식 맛보다 사람 보는 일이 먼저가 된 시대다. 배달앱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도 배달기사에게 막말한 사장이 운영하는 곳이면 거기서 시키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사장님들도 피곤하긴 하겠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고, 온갖 손님들 상대하면서 진상도 보고,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손님에게 짜증을 낼 정당성이 생기는 건 아닐 것이다. 감정노동의 피로가 분명 있겠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줘야 관계가 유지된다.

나는 여전히 그 카페를 갈까 말까 고민 중이다. 아저씨가 매번 불친절한 건 아니었고, 커피는 내 입맛에 잘 맞는다. 하지만 다음에 또 누군가 그런 대접을 받는 걸 보게 되면 나는 거기에 앉아있을 수 없을 것 같다. 커피 한 잔을 넘어서, 나는 편안함을 사는 것이니까.

이제 손님도, 사장도 모두 예민하고 지친 시대다. 그럴수록 더 조심스럽게, 더 배려 있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별일 아닌 것 같지만, 별일 같아서 이렇게 글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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