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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도 오르고 점점 비싸지는 병원, 치료는 돈 있어야 받는 시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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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청량미
댓글 0건 조회 146회 작성일 25-05-1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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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일이에요. 왼쪽 어깨가 몇 주 전부터 계속 뻐근해서 동네 정형외과를 찾아갔어요. 직업 특성상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그냥 거북목이나 담 정도겠거니 생각했죠.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대기실엔 사람들이 많았고, 의외로 30~40대 환자도 꽤 있더군요. 예전엔 이런 데 오면 다들 할머니 할아버지뿐인 줄 알았는데.

대충 대기 끝나고 진료실로 들어갔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친절했어요. 제 이야기를 쭉 듣더니,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아, 여기까진 좋았죠.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엑스레이 결과를 본 뒤, 의사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이거는 MRI 한번 찍어보는 게 좋겠어요” 였어요. 순간 멈칫했습니다. MRI라... 무슨 큰 병도 아니고, 그냥 근육 뭉침 아닐까 싶은 증상인데 MRI? 제 눈이 약간 흔들렸나 봅니다. 의사 선생님이 덧붙이더군요. “보험 처리도 되고, 요즘은 병원에서 프로그램도 잘 짜니까 비용은 부담 안 되실 거예요.”

그 말을 듣고 간호사실에서 안내받는데, 예상 비용이 65만 원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그중 일부는 실손보험으로 청구 가능하다고 하셨지만, 일단 제 주머니에서 빠지는 돈이 꽤 되더군요. 그리고 이상한 건, MRI 찍으라는 걸 무슨 '선택'처럼 설명하지만 사실상 안 찍으면 진료가 제대로 안 될 것처럼 말하는 그 분위기였습니다.

전 결국 그날 MRI 안 찍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고민이 많았어요. 어깨가 아픈 건 사실인데, 65만 원을 써야 할 만큼 심각한가? 그 돈을 쓰고도 뾰족한 치료 없이 물리치료 받고 끝나면 어떡하지? 아니면 괜히 안 찍었다가 나중에 더 큰 병으로 번지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몇 날 며칠을 어깨 주물러가며 버티고 있어요. 그리고 그 사이에 생각이 하나 들더군요. 요즘 병원 진료가 점점 '돈 있는 사람을 위한 시스템'으로 돌아간다는 느낌. 선택지인 척, 설명은 해주지만 실상은 당신이 가질 수 없는 진료의 세계가 따로 존재하는 것 같은 기분.

병원에 가면 환자는 정보의 약자입니다. 무슨 검사가 필요하다고 하면, 그게 정말 필요한지 아닌지 판단할 기준이 없어요. 그냥 의사 말을 믿을 수밖에 없죠. 그러니까 결국 돈으로 치료의 질이 나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고급 장비, 고급 약, 고급 치료. 다 돈 있어야 가능해요.

그리고 이건 단순히 정형외과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제 친구는 얼마 전 피부과에 갔는데, 여드름 치료 받으러 갔다가 150만 원짜리 프로그램을 추천받았다고 했어요. 레이저, 필링, 약 처방까지. 다 이유는 있어요. 다 필요하대요. 근데 그걸 다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병원은 이제 '치료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상품 설명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걸 거절하면 나만 괜히 돈 아끼는 사람, 내 건강을 우선하지 않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분위기도 싫고요.

결국 저는 지금도 진통제 하나 먹고, 폼롤러로 어깨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습니다. 물론 이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죠. 하지만 MRI를 찍고 거기서 치료를 시작했다고 해도, 똑같이 물리치료 몇 회 받는 수준이라면 저는 도대체 뭐에 65만 원을 썼을까요?

병원에서 '안 하면 후회할 수도 있어요'라는 말은 너무 강력합니다. 겁을 주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겁을 주고 있죠. 환자는 불안을 안고 있기에, 그 말 한마디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고요.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는 분 중에서도, 비슷한 고민으로 병원 앞에서 두 번쯤 발길을 돌렸던 경험이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치료란 게 참 복잡해졌어요. 몸보다 마음이 더 피로해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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