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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문제로 싸우는 아파트입주민들, 이젠 지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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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청량미
댓글 0건 조회 88회 작성일 25-05-1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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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20년이 넘은 구축이에요. 위치가 괜찮고 교통도 나쁘지 않아서 전세로 들어왔는데, 요즘 들어 이사 오길 잘한 건가 싶을 때가 많아요.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주차 문제’ 때문입니다.

이 아파트 단지는 총 400세대 정도 되는데, 주차 공간은 300대를 조금 넘어요. 그러니까 애초에 1가구 1주차도 안 되는 상황인 거죠.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다들 차를 2대, 3대씩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요즘은 맞벌이가 기본이다 보니 남편 차, 아내 차 따로 있고, 애 키우는 집은 카니발까지 세 대인 경우도 꽤 많아요.

퇴근하고 밤 10시쯤 집에 오면 아파트 안에 주차할 곳은 없습니다. 진짜 없어요. 그래서 결국 단지 밖 골목길에 대고, 비 오면 우산 쓰고 뛰어들어오는 게 일상이 됐어요. 그런데 골목도 요즘 불법주정차 단속이 강화돼서 마음 놓고 댈 수도 없고, 매번 불안한 마음으로 차를 대야 해요.

이 아파트는 배정 주차제가 없어요. 처음엔 ‘그냥 선착순인가보다’ 생각했는데, 살다 보니 고정적으로 특정 자리에 대는 사람들이 있어요. 특히 1층 사는 주민 몇 분은 자기 창문 앞에 주차할 권리가 있다는 식이에요.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대면 한밤중에 찾아와서 인터폰 누르고, 심한 경우 손톱으로 긁고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 집도 한번 당한 적 있어요. 어느 날 남편이 평소보다 일찍 들어와서 단지 안 자리가 하나 비어 있길래 거기 주차했죠. 다음 날 아침에 차 보닛 위에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살기 힘듭니다’라고 써 있는 종이가 올려져 있었어요. 욕설은 없었지만 어조가 꽤 위협적이었어요.

그날 이후 우리는 그냥 단지 외곽에 주차합니다. 불이익 당하기 싫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말이 됩니까? 다 같이 사는 공동주택에서 누가 누구보다 더 우선이고 덜 우선인 기준은 없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리는 자기가 ‘찜’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고, 그게 통용되고 있다는 게 더 답답해요.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은 적도 있어요. 돌아온 답변은 “주차자리가 부족한 건 사실인데, 서로 양보해서 쓰는 수밖에 없다”는 말뿐이었죠. 어떤 해결책도 없어요. 배정 주차를 하려면 반상회를 거쳐 동의율을 받아야 하는데, 이미 오래된 입주민들 중엔 ‘지금처럼 쓰면 되지 왜 바꾸냐’는 사람이 많대요. 익숙함이 곧 권리인 양 굳어져 있는 거죠.

심지어 주차 자리 때문에 주민들끼리 싸움도 종종 벌어집니다. 얼마 전에는 밤 11시에 고성이 오가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누가 우리 자리 뺏었냐”면서 욕설이 오가고, 급기야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있었어요. 그 장면을 우리 아이가 창문 너머로 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너무 무겁더군요.

주차 문제는 단순히 ‘차를 어디에 대느냐’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이건 공동체가 어떻게 갈등을 조정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가에 대한 이야기예요. 그런데 우리 아파트는 그게 완전히 무너져 있어요. 누구 하나 나서서 규칙을 정하지도 않고, 정하려는 시도조차 하면 ‘왜 귀찮게 굴어’라며 싸늘한 반응만 돌아옵니다.

저는 아이가 있는 부모로서 이 공간에서 어떤 가치를 심어줄 수 있을까 늘 고민해요. 아이에게 “다 함께 쓰는 공간은 서로 배려해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현실에서는 “저기 자리는 그 집이 못 쓰게 해”라고 말하게 되는 모순이 너무 괴롭습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여러분의 아파트는 어떤 식으로 주차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해요. 이게 단지의 규모나 새 아파트, 헌 아파트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마음의 공간’을 어떻게 나누는가의 문제라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건 ‘법’이 아니라 ‘의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골목에 차 대고, 아이 손 꼭 잡고 집에 들어오면서 생각합니다. 이건 언제쯤 바뀔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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