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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세대와 나, 세대차이를 느끼는 요즘 세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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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청량미
댓글 0건 조회 73회 작성일 25-05-1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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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부모님과 대화가 참 어려워졌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예전엔 그래도 웃으면서 넘겼던 말들도 이제는 가슴에 콕 박히고, 억울하고, 때로는 너무 멀게 느껴져요. 특히 경제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우린 다 너처럼 어렵게 살았어. 그래도 집 샀고, 애 낳았고, 차도 샀다"는 부모님의 말씀. 이 말에 도대체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요?

엄마는 60년대 후반생, 아버지는 70년대 초반생이세요. 두 분 모두 고졸 출신이고, 결혼 전까지 공장에서 일하거나 소규모 가게에서 일을 하셨어요. 엄마는 백화점 판매직도 해보셨고, 아버지는 철물점 납품도 뛰셨고요. 그렇게 결혼을 하셨고,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2000년대 초반에 구입하신 겁니다. 당시엔 전세를 살다가 대출 조금 끼고 장만하셨다고 하셨죠.

그런데 제가 지금 그 아파트를 보증금 없이라도 살 수 있느냐 묻는다면, 정답은 "아니요"입니다. 전세도 부담이고, 월세조차 깎아달라 애걸복걸해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같은 공간에서, 같은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은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제가 직장을 다니기 시작한 건 6년 전이에요. 연봉은 2700으로 시작했고, 지금은 3900 정도 됩니다.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 마케팅팀에서 일하다가 최근 서울로 올라와서 중견기업에 들어갔어요. 월급이야 아주 조금 늘었지만, 월세는 2배 넘게 올랐고, 교통비나 식비, 관리비 같은 생활비는 그때와 비교도 안 되게 늘었습니다.

부모님은 아직도 5000만 원이면 서울 외곽에 오피스텔 하나 살 수 있을 거라 믿으세요. 그래서 제가 "보증금 1억이 있어야 겨우 신도시 고시텔 아닌 원룸 들어갈 수 있어요"라고 하면 "뻥 치지 마" 하시더라고요. 실제로 인터넷 보여드려도, 그런 건 일시적인 거고 곧 조정된다고 하시는데, 솔직히 화가 납니다.

그래서 요즘은 부모님과 대화할 때 조심하게 돼요. 월세가 올랐다든지, 치킨값이 비싸다든지, 연봉 인상이 실망스러웠다든지 그런 말 한마디 했다가 "그럼 회사 때려쳐! 장사라도 해!" 라는 말을 듣는 순간, 할 말이 없어지거든요. 대화가 아니라 벽을 두고 외치는 느낌이에요.

가끔은 우리 세대가 너무 약한 건가 싶기도 해요. 진짜로 그분들 말처럼 조금만 더 참고, 아끼고, 무리하면 나아질까요? 근데 솔직히 말해서, 저는 지금 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이미 거의 모든 여유를 버렸어요. 월급의 절반 이상은 월세, 보험, 교통비로 빠져나가고, 남는 돈으로 밥 먹고 커피 사 마시면 아무것도 남지 않아요. 취미는 언감생심이고, 친구들 만나는 것도 횟수를 줄이게 됩니다.

요즘 회사에서 30대 초중반 동료들과 점심 먹으면서 이런 얘기를 자주 해요. "우리 부모님 세대는 노력하면 되는 시대였고, 우리는 노력해도 안 되는 시대 같다." 그런 말이 나올 정도로 절망적인 감정이 깔려 있어요. 물론 그분들도 쉬운 세대는 아니었죠. 산업화, IMF, 외환위기, 그 속에서 살아남은 분들이에요. 그런데 중요한 건 그때는 '가능성'이라는 단어가 지금보다 훨씬 실재했다는 겁니다. 지금은 도전보다 포기가 빠르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같은 건 뉴스에서나 볼 수 있는 단어처럼 느껴지거든요.

부모님께 그런 이야기를 하면 "니들이 너무 부정적이라 그래"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그래서 더 힘들어요. 부정적인 게 아니라, 현실이 그런 건데 그걸 이해 못 하시는 거죠. 아니, 이해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으시는 것 같아요. 왜냐면 그분들은 이미 그 단계를 통과해서 뒤에 계시니까요.

결국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는 거예요. 같은 한국어지만, 같은 문장을 다르게 해석합니다. ‘노력’이라는 단어, ‘근성’이라는 단어, ‘버티다’라는 말조차 우리 세대에겐 고통의 동의어처럼 들립니다. 왜냐면 노력해도 바뀌는 게 없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가난이 대물림된다’는 말이 자꾸 떠오릅니다. 경제적인 가난 말고도, 심리적인 가난도 함께 물려받는 기분이에요. 부정당하고, 이해받지 못하고, 비교당하고, 그런 감정들이 마음속에서 천천히 뿌리내리고 있는 거죠.

나는 우리 부모님을 사랑합니다. 그건 변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들과 더 이상 '같은 세계'를 살고 있다고 느끼긴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 거리감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어떤 날은 참 외롭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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